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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인사이트
그때 말씀하셨잖아요, 그 말이 무서워졌던 날
보험 설계사라면 한 번은 곪었을 그 순간. 고객은 기억하는데 나는 기억 못 하는 상황이 이렇게 신뢰를 깊습니다.
보험 일을 하다 보면 이런 순간이 꼭 한 번은 옵니다.
고객이 통화 중에 그때 말씀하셨잖아요라고 하는데, 그 그때가 정확히 언제였고 어떤 맥락이었는지가 바로 떠오르지 않는 순간. 잠깐 정지한 채로 네, 그렇죠를 해야 하는 상황.
민망한 게 아니라 무서운 거예요. 그 순간에 신뢰가 흔들리거든요.
목차
1. 고객은 기억하는데, 나는 기억 못 하는 이유
2. 통화 안에 숨어 있는 것들
3. 디테일이 신뢰를 만드는 방식
4. 설계사를 위한 통화 기록 루틴
5. 오래 가는 설계사들의 공통점
고객은 기억하는데, 나는 기억 못 하는 이유
설계사의 하루는 통화로 시작해서 통화로 끝난다는 말이 있어요. 가입 상담, 갱신 안내, 보험금 청구 안내, 약관 설명, 재설계 제안. 이 모든 게 전화 통화로 이루어집니다.
고객 한 명과 연간 몇 번의 통화를 하나요. 최소 서너 번, 많게는 열 번이 넘기도 해요. 고객 수가 수십 명이면 한 달에 받는 통화가 몇 백 통이 됩니다.
반면 고객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그 사람에게 설계사는 한 명이에요. 통화 횟수가 훨씬 적으니 내용을 더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그래서 6개월 전에 제가 뭐라고 했는지를, 정작 저보다 고객이 더 잘 기억하는 역전 현상이 생깁니다.

통화 안에 숨어 있는 것들
보험 상담 통화에서 고객은 단순히 상품 얘기만 하지 않아요. 대화가 조금 편해지면 자기 상황을 털어놓는다.
남편이 내년에 퇴직할 것 같아서요. 딸이 결혼 준비 중이라 목돈이 필요해요. 요즘 건강이 좋지 않아서 걱정이에요. 이런 말들은 상품 설명보다 훨씬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어요. 고객의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니즈가 거기 담겨 있거든요.
기억하는 설계사는 6개월 전 통화에서 딸이 내년에 취직해요라고 했던 걸, 올해 다시 연락했을 때 따님 일은 잘 됐나요?라고 물어볼 수 있어요. 그 한 마디에 고객이 느껙는 게 있죠.
디테일이 신뢰를 만드는 방식
갱신 여부는 상품 조건보다 관계에서 결정된다
경력 10년 이상의 설계사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어요. 처음 3~4년은 상품 지식으로 경쟁하는 것 같았는데, 그 이후부터는 관계로 경쟁하게 되더라고요. 고객이 이 사람은 나를 기억하고 챙기는다는 확신이 있으면 굴이 다른 설계사를 찾지 않아요.
기억 못 할 때의 짧은 침묵이 망치는 것
고객이 그 말을 할 때 제가 기억하고 있어서 바로 맥락을 받아칠 수 있는 경우, 기억 못 해서 잠깐 버버이는 경우. 그 짧은 침묵에서 고객이 느껙는 게 있습니다. 곋 회사에서 개인 번호 중 하나구나라는 것이에요. 그 느낌은 생각보다 오래 남아요.
설계사를 위한 통화 기록 루틴
① 통화 직후 고객 카드에 3가지 남기기
오늘 새로 알게 된 고객 상황, 지금 이 고객의 감정 온도, 다음 통화 전에 확인할 것. 이게 쌓이면 고객 히스토리가 됩니다.
② 고객의 말은 그 말 그대로 남기기
남편이 콧 퇴직할 것 같아요와 같이 고객이 직접 한 말을 그대로 적어두면 좋아요. 나중에 그 표현 그대로 꿍낼 때 고객이 느껙는 에토스가 다릅니다.
③ 다음 통화 전에 반드시 이전 기록을 훑어보기
5분이면 충분해요. 그 5분이 고객에게 이 설계사는 나를 진짜 기억하는구나라는 확신을 심어줍니다.
오래 가는 설계사들의 공통점
10년, 20년 영업하는 설계사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어요. 상품을 많이 아는 것보다 고객을 많이 기억하는 사람들이 살아남더라고요. 고객 수가 200명, 300명이 되면 기억에만 의존하는 건 불가능해집니다. 통화 후 기록이 쌓이면 그게 자연스럽게 고객 관리 시스템이 되고, 그 시스템이 있는 설계사와 없는 설계사는 3년 후에 완전히 다른 곳에 있어요.
그때 말씀하셨잖아요라는 말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설계사가 되는 것. 별거 아닌 습관에서 시작해요.



